하루를 바쁘게 지내야 하는 나이는 아니지만 가끔은 재미있게 보내기 위해 텃밭에 간다. 물론 다른 약속이 있을 경우엔
텃밭에 들를 수 없지만..
봄은 깨어나는 시기라서 모든 생물들이 땅 위로 여린 연두잎을 내밀거나 알에서 나와 햇볕을 받으며 둔한 몸놀림으로
생존게임을 시작하고 혹독한 겨울을 견뎌낸 생물들은 생식본능을 준비한다. 그들은 어차피 언젠가는 죽어가겠지만
나도 주어진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야지...
↓ 2024.03.07. 작년 서리 내린 후 텃밭 위에 진녹색으로 덮여있던 대부분 것들이 겨울잠으로 쉬고 있다.
따스한 햇볕이 드는 곳에는 새싹이 돋아있고 가을 때 생존한 모습으로 겨울을 보내고 있는 로제트 식물들...
이곳 텃밭에는 망초류(망초, 봄망초, 개망초, 큰망초), 민들레, 지칭개, 방가지똥, 뽀리뱅이 등... 대부분
농부들에게 잡초로 취급 받는 식물이다. 곰보배추, 봄동(겨울배추)는 잡초 취급받지 않지만...
↓ 텃밭 이곳은 포천으로 위도상 38도 선상에 위치하는 추운 지역이므로 3월 초순에서야 얼어있던 토양이 녹는다.
노지에 일찍 심을 수 있는 작물은 감자, 작년엔 첨 재배했지만 정성에 미치지 못한 결과여서 이번엔 이랑을
틀밭 형태로 만들어 3/16 씨감자 70개 식재하였다. 텃밭을 구입하여 첫 재배했던 감자였지만 감자 전체를
서리당했던 아픈 추억이 있어서 재수없는 작물로 취급하여 15년 이상 식재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가 잘못했으면서
애꿏은 감자만 탓했으니... 서리당한 감자로 인해 그동안 대체로 무탈하게 지내게 된 액땜이었다고 생각한다.
↓ 작년 초겨울 절개지 비탈면에 있던 찔레나무 가지를 삼목 해서 올해 3/15일 15개 심었는데 유실수 등 다른 작물에
신경쓰다 보니 애기나팔꽃, 돌콩 등 잡초에 덮여 잊어버렸다가 장마 끝난 후에 발견해서 덩굴&잡풀을 걷어주었다.
↓ 삼목 식재해서 자라고 있는 2024.05.07일 모습
↓ 봄에 이랑을 만들려다 제법 큰 지렁이를 보았다. 내 텃밭은 극히 일부분에 진딧물 농약을 뿌리는 이외엔 자연 그대로
놔두고 가끔은 풀이 무성해진 경우 예초기로 자주 다니는 통로만 깎아주는 정도 해준다. 작물마다 꼭 필요한 비료는
극소량 뿌리고 대부분 퇴비를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텃밭의 먹이사슬은 지렁이, 방아깨비, 사마귀 - 두더지 -
뱀 - 조류 - 고양이 정도...
풀이 번성한 6월~9월 사이엔 1년 2회 정도 느긋하게 지나가는 살모사를 만나기도 한다. 장화 착용은 필수다.
↓ 애기똥풀
↓ 제비꽃 ?
내가 자주 지나가는 곳엔 키 작은 식물로 키우고 있는 중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제비꽃, 민들레, 질경이가 많았는데
작년부터는 뿌리번식을 하는 토끼풀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 처음 텃밭 구입 후 자주 들려서 감자, 옥수수. 고구마 등 몇 가지 작물을 재배했지만 흥미를 잃어 소나무 묘목을 심었다.
이유는 쉴만한 컨테이너도 작물 재배에 필요한 농기구도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집에서 너무 멀어 텃밭이라고 하기엔
무리여서 3년생 어린 소나무를 심고 비틀고 휘어지게 만드는 일이 쉽겠다고 생각했지만 전문 지식이 없어 이 또한
상상뿐이었다.
↓ 구입한 초석잠을 심었으나 장소가 적당하지 않아 텃밭 B구역으로 옮겼다.
↓ 봄까치꽃(예전엔 큰개불알꽃).
↓ 매실나무에 앉아있는 네발나비. 네발나비 겨울나기는 쌓인 낙엽 속에서 겨울을 보내다 보니 날개가 뜯기고 찢어졌다.
↓ 퇴비장. 열매를 수확하고 버려지는 부산물(고구마 줄기, 깨대, 옥수수대 등)을 텃밭 구석진 곳에 버려왔는데
퇴비를 만들어보았다. 소규모 작물을 재배하는 텃밭이라서 프라스틱 박스를 이용하여 소박한 규모로 만들었다.
없는 재료는 비슷한 것으로 사용하면되고 튼튼한 천막으로 20일 이상 덮어놓은 후 1~2주 간격으로 뒤집기(섞기)
3회 이상....뒤집기(섞기) 때 지자체 농업기술센터에 가서 '미생물 액비'(무료)를가져와 충분히 뿌린다.
따뜻한 5~7월 기간이 작업하기 좋은 시기며 부숙이 잘 된다. 여름엔 무더워 작업하기 힘들다.
맨 마지막엔 비닐천막을 덮어준다.(토양의 수분 증발을 막기위함 or 벌레가 들어가서 알 깜-굼뱅이 발생 차단)
4층 ........ 산속 부엽토를 덮고..... 모든 재료가 적시도록 물을 충분히 뿌린다.
3층 ........ 퇴비(계분), 액비 찌꺼기
2층 ........ 깻묵, 깨대, 옥수숫대, 고구마줄기 ------전지가위로 잘게 자른다.
맨 아래 ....... 톱밥, 왕겨를 깔아 둔다.
↓ 텃밭 구입 후 첫 재배한 작물을 도난당해서 이곳 마을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다. 주인인 나에게 얘기도 없이
밭에 들락거리거나 작물을 만지거나 따 먹거나 등등... 점점 갈수록 정도가 심해져서 1줄 철조망을 둘렀고
그 이후에도 못된 버릇이 계속 자행되어 철조망도 3줄로 보강하고 강경한 경고문구도 매달았다.
내 텃밭에 연접한 타인 농지는 없기에 처음부터 자연농(제초제, 농약 안 뿌리는) 경작을 시작하게 되었고 잡초 가득한
텃밭에 대해 일부러 짜증 내는 못된 사람도 있었다.
점점 인구 소멸되는 농촌이므로 외지인이 정착할 수 있도록 따뜻하게 반겨주는 마을이었으면 좋을 텐데...
내가 오랜 기간 동안 느낀 점은 외지인이 토착민에게 행패 부리는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몇몇 토착세력.
↓ 유실수 중 '개복숭아' 꽃이 가장 이쁘다.
↓ 복숭아꽃
↓ 배꽃. 지금까지 유실수 과일을 수확하지 못했던 것은 과일나무엔 여러 가지 해충, 바이러스 등 때문 봄 꽃구경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올 겨울과 봄꽃 피기 전 기계유제동충유, 석회유황을 살포해서 맛있는 과일을 수확하고 싶다.
↓ 2024.03.16일 감자 70개 정도 심었다
↓ 5/7 해충인 큰28점무당벌레. 이 넘은 잘 날지는 않지만 위급하면 굼벵이 구르듯 발을 움츠려서 굴러 떨어지는 재주가
있으므로 포획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크기(라면 크기)를 싹 잎사귀 밑에 받치고 큰28점무당벌레에게 접근해서
엄지와 검지로 압사시키는 게 최선의 방법.
감자는 3월 중순에 심어 6월 중순에 수확하므로 28점무당벌레 성충 출현은 많지않으므로 초봄 작물인 감자에겐
큰 피해는 없는편이다.
↓ 큰28점무당벌레의 애벌레. 정말 징그럽게 생겼다. 마치 '도꼬마리' 식물 열매와 비슷하고 이 벌레는 가지과
작물(까마중, 가지, 감자, 토마토, 담배 등)을 좋아한다.
↓ 이른 봄 땅두릅 모종 20개를 심었다. 해충이 달라붙지 않는 것으로 보아 특별한 독성이 있는 것 같다. 시장에서 파는
땅두릅은 땅 속에서 올라오는 순을 잘라서 팔지만 그렇게 하면 1년 서너 번 채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판매용 재배가
아니면 땅두릅 줄기에서 뻗는 부드러운 새 순을 수시로 잘라서 먹으면 된다. 두릅 중 가장 향이 강하므로 첨 먹는
사람은 약간 거부감이 있을 것 같다. 나는 순을 약간 데쳐서 다양한 방법으로 먹는다.
↓ 액비통. 비료는 최소한 사용하고 있고 친환경적인 퇴비와 액비를 사용하고 있다. 비료는 화학성분이므로 토양을
망가뜨리려 토양 속 미생물, 각종 애벌레까지 사멸시키게 된다.
↓5월 초 꿀고구마 1단 식재. 올해도 수확시기에 비가 자주 내려 수확이 별로였다.
↓ 조금 건드렸더니 몸집을 부풀리고 있는 두꺼비. 이곳 텃밭엔 지렁이, 개구리, 곤충도 많고 살모사도 보이므로
장화 착용은 필수.
↓ 농수로 건너편에 한해살이 식물 가시박 덩굴이 덮고 있다. 일부분에는 칡덩굴도 경쟁하고 있다. 가시박은 북미 원산의
귀화식물이면서 제거되어야 할 유해식물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단풍잎돼지풀이 차지했던 자리를 가시박 덩굴이 모든 식물을 덮어버려 고사시켜 버렸다.
가시박은 줄기잎 등에 부드러운 잔 가시가 있지만 가을엔 잔가시가 억세 져서 작업장갑조차 뚫어버린다.
특히 열매를 잡으면 위험하다. 꽃가루 많이 날리는 단풍잎돼지풀도 유해식물이지만 눈과 호흡기에 피해가 없는
가시박이 낫다고 본다. 앞으로 가시박과 칡 싸움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 궁금하다.
↓ 사과참외, 꽃... 참외가 익으면 겉 표면이 아이보리 색을 띤다. 향은 달콤하고 맛나지만 과육은 별로....
내년엔 재배 제외할 작물.
↓ 왕오이꽃. 깨끗하게 씻어서 냉장고에 보관하여 한 여름에 아삭아삭 먹으면 굿~~!
비싼 배추 대신에 왕오이를 썰어 김치 담그면 오독오독 맛있다.
↓ 가지고추와 가지고추 꽃
↓ 고추꽃
↓ 사위질빵꽃
↓ 풍선덩굴 씨앗
↓ 11/07 첫서리.... 예년 보다 15일 늦은 거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