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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사진

[복구자료] 빗속을 둘이서 - 고대산 산행기(2003.6.15)

 

빗속을 둘이서 - 고대산 산행기(2003.6.15)

 

습관대로 아침 6시 조금 넘어서 일어났다.

어제 밤 9시 뉴스시간에 일기예보와 같이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두껍게 드리워져있고

이슬비가 하염없이 내린다. 

이 정도 내리는 비라면.... 방구석에 구들장 짊어지고 하루 온종일 뒹굴뒹굴하느니....

가야지 암~!

 

배낭을 열고 비오는 날의 산행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 넣었다.

반팔.긴팔 옷, 비옷, 배낭커버, 방수주머니 2개, 손수건, 우산, 나침반, 멕가이버칼, 비상용

자일, 나무젓가락, 비닐봉투, 물1통, 지갑과 볼펜 1자루, 벙거지형 모자...

이것저것 준비를 마칠 때쯤 천둥이 지축을 흔들고 빗줄기가 장대비로 돌변해 버린다.

 

이런! ... 가지 못하는 것인가?

조금 지나면 그치겠지....오늘 중부지방엔 20 밀리 정도라 했는디 뭐..

은근히 비가 잠잠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국민학교 다닐 때, 내가 다니던 학교 소풍가는 날이면

어김없이 비가 내렸었던 것과 그 날 만큼은 제발 비가 안 오기를 간절히 바랐던 순진한 추억이 

떠오른다.

 

룰루~랄라~♬ 비가 그쳤다.

밥도 먹었겠다, 컴컴했던 하늘도 많이 밝아 졌겠다, 나갈 준비를 마친 때 '행복'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파주에서 보낸 듯, 오늘 산행에 가지 못해 미안해하는 것 같다.

산행에 필요 경비가 부족하면 나중에 청구하라는 메시지였다.

 

'꿈과 야망의 백두산악회'의 마스코트인 '행복'은 항상 이쁜짓만 한다니까.

근데, 날씨가 이레서 다들 안나오는 거 아녀?

전번 북한산 종주산행 때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단독산행?

 

9시 조금 지나서 아파트 현관문을 나왔다.

아파트 정문을 지날 때 구멍가게에 들러 장수막걸리 1병을 사서 배낭에 찔러 넣었다.

지난 5월 정기 산행 땐 준비하지 않아서 회원들이 좀 아쉬워했었던 실수가 있어서였다.

회룡역에서 전철을 타고 의정부역에 도착하여 10시 20분에 출발하는 신탄리행 열차 맨 뒷칸

뒤쪽 문에 올라서니 빈자리가 3개 밖에 없었다.

 

지금 09:40분밖에 안 되었는데.. 그리고 날씨도 좋지 않은데 이렇게 많은 등산객이 탑승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나보다 먼저 나온 회원이 있는지 둘러보고 맨 뒷자리 비좁은 공간에

엉덩이를 비집어 넣었다.

자리도 잡았으니 마음도 여유가 있다. 옆자리 사람과 인사도 하고 서로 가는 곳에 대해서

담소를 나누고 있을 그때 '도사'가 왔다. 동행할 동지가 있어서 정말 기뻤다.

수험준비 때문 참가하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와주어 고마웠다.

 

그런데,, 빈자리가 없으니 이걸 어쩌나!!

'도사'는 하는 수 없이 서 있으려니까 나와 얘기를 나누던 옆 아저씨가 우측으로 몸을 옮겨

틈을 내어주시면서 앉으라고 권한다. 고맙다고 인사드리고, 조금은 불편하지만 '도사'도

히프를 좁은 틈에 끼워 넣었다.

 

정상적인 자리에 한 사람이 더 않았으니 모두들 편치는 않을 것이다.

10:10분쯤 되니까 열차 안은 탑승객으로 가득 차서 수다.덕담얘기로 시끌벅적 시골장터 같다.

자리가 없어 통로 바닥에 골판지를 깔고 양반다리로 앉아 자리잡은 사람, 열차 문 출입

계단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자리잡은 사람, 좌석 팔걸이에 걸터앉아 자리잡은 사람,

천장 손잡이를 잡고 서있는 사람들, 세상만사 귀찮은 듯 눈감고 있는 사람.

 

대부분이 산악회에서 단체로 온 사람이지만 그중 우리가 앉은자리 앞엔 부부인듯?한

두 사람이 야외용 비닐 돗자리를 통로 바닥에 깔고 자리를 잡았다. 돗자리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배낭을 만지더니 여러 가지를 꺼내 놓는다.

육포, 비스켓에 치즈를 넣은 센드위치 등을 안주 삼아 포도주 잔을 서로에게 권하고,

캔커피도 번갈아 나누어 마시며 서로만의 세상인 듯 얘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보기 조~오타.

 

얼큰히 취한 취기에 서로를 기대며 균형을 유지하는 부부인 듯한 두 남녀를 몇 몇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럼, 이런 열차 안에 그런 모습도 있어야 재미있지...

남녀가 아니라면 포도주 한 잔 빈대 붙어 보겠는데..... 분위기 깨질라.

 

열차는 주내역을 지나고 있다.

맞은편에 앉은 사람들은 대부분 50대 정도의 나이로 보여지며 지도가 그려진 종이를 보며

의논하는 것으로 보아 단체로 온 것 같았다. 이때 50대 초반 여자 분이 오더니 그 일행중

한 사람에게 하는 말.

 

' 나 다시 의정부역으로 가야 하는데 어떡하지? '

' 왜? '

' 아까 화장실에 갔다가 배낭을 놓고 왔어~.... '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다. 신용카드가 든 지갑이랑 준비해 온 모든 것이 담겨진 배낭을

의정부역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깜빡? 했던 것이다.

목소리나 좀 낮추고 말하시지... 그 대화를 듣고 모든 사람이 웃는다.

우리 앞 통로 바닥에 주저앉은 술 취한 여자, 그 대화를 듣고 무슨 좋은 일 인양 남의

속 타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웃어댄다.

 

내가 생각해도 나~참, 그 여자 혹시 남편도 거기다 두고 온 거 아녀?

즐거운 기분에 들떠 깜빡했던 것 같다.

술 취한 여자가 킥킥킥 웃어대는 모습이 더 우습다.

나를 등지고 술 취한 여자와 마주보고 있는 남편인 듯한 남자의 표정은 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그 남자는 어떠한 표정을 짓고 있을까?

 

밖 창유리에 빗줄기가 뿌려진다. 비가 다시 내리는 것으로 보아 오늘 내내 내릴 십상이다.

창 밖 전경을 감상하면서, 즐거워 떠드는 얘기를 주워들으면서, '도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종착역에 11시 40분에 도착하였다. 처음 탔던 승객의 40% 정도만이 목적지까지 타고

왔고 도중에 많은 사람이 하차하였다.

 

특히 대광리에서도 보신탕 먹으러 온 것인지는 모르지만 상당수 많은 사람이 내렸다.

신탄리역사를 나와 고대산 매표소 쪽으로 향했다. 종점까지 온 모든 사람이 고대산으로 향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많아 보이질 않는다. 어떤 단체는 북쪽 철길을 따라 가는 것이

좀이상하다. 고대산으로 향하는 개구멍이라도 있는 것일까?

사실 어떤 단체는 입장요금을 아끼려고 매표소를 통과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

 

빗속을 둘이서..

 

주룩주륵 내리는 비를 맞아가면서 '도사'와 나는 매표소를 지나 비포장 길 을 걸어 나갔다.

시골 산길이라 땅바닥은 단단하지 못해 진흙 웅덩이에 발이 빠질까봐 바닥만 보고 걸었다.

날씨가 이런지라 주변을 살펴봐도 안개에 가려 먼 산은 보이지도 않는다. 고대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세 갈래의 등산코스가 있다.

 

작년 고대산에 한 번 온 경험이 있어서 난 고대산 산행코스중 제2코스를 택하여 오를려고

생각했는데 '도사'와 얘기를 나누다가 그만 이정표를 보지 못하고 지나쳐버려 난감하던 차에

맞은편에서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이들이 있어 정상으로 가는 길을 물어서 산행길에 접어들

수 있었다. 신탄리역사를 떠나온 지 20여분이 지난 지금에서야 조금 전 하산하던 등산객이

가르쳐준 곳에 도착하여 우리는 등산객의 발길이 별로 없어 다져지지 않은 산길을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10여분 산길을 따라 오르니 산길의 흔적이 안 보인다. 정상코스가 아니다보니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아 군부대에서 파놓은 교통호를 따라 산행을 계속했다. 교통호에는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부드러운 모래 백사장을 걷는 것과 같이 무척 힘이 들었다. 급경사 오르막 통로에서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멈췄다. 진흙이 비에 젖으니 미끄러워서 이건 말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교통호 주변엔 녹이 슨 오래된 철조망이 널려있어 미끄러진 몸의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아무거나 함부로 잡았다간 큰일 날 것 같다. 앞장서서 나갔던 나로선 나를 믿고 뒤따라온

'도사'한테 너무 미안하다.

 

다시 후퇴.

그렇다. 모든 일에 전진만 있을 수 없다. 다시 되돌아 왔던 길로 향했다. 이번엔 되돌아왔던

길이 잘 기억나지 않아 당황했으나 기억력 좋은 '도사'가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주변은 안개가 짙어 영화 '킬링필드'에 나오는 밀림과 같다. 벙커, 교통호, 참호, 철조망,

PP선(야전선)..... 20년 전 강원도 홍천에서의 군생활이 떠오른다.

지금 우리가 유격훈련중인가?

비를 가리기 위해 비옷을 입고 왔지만 이젠 비와 땀에 범벅되어 입지 않은 거나 다름없어진지

오래다.

 

혹시 지뢰가 있을 지 모르니 조심하자. 엄살이 아니라 간혹 전방에서 미확인 지뢰를 밟아

다리가 절단되어 중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 지금 우리의 상황과 같이 길을

잃어 등산로 이외의 길로 접어들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지뢰보다 더 위험한 것은 녹슬은

철조망이다. 60-70년대 당시 군부대 시설에 무장공비나 민간인들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설치되었던 녹슬은 철조망에 걸려 넘어지거나 찔리면 지뢰 터지는 것보다는 덜하겠지만 큰

상처를 당할 수 있다.

 

가까스로 교통호를 빠져 나와 휴식을 취했다. 배낭을 열어 내가 가지고 온 장수막걸리를

'도사'가 가지고 온 스넥과자에 안주 삼아 서로 나누어 마시니 갈증도 가시고 스테미너도

충전된 것 같다. 안개 때문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얼마만큼 올라왔는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정말 五里霧中이다. 오르다 보면 정상은 나오겠지.

 

다시 배낭을 메고 일어나 주변을 잘 살펴 등산로를 찾았다. 등산로 주변엔 큰 나무는 눈에

띠지 않지만 잡목들로 가득하고 숲 속에 안개까지 자욱하니 마치 영화에서 본 아마존 정글과

같다. 이런 곳에 동지 '도사'가 있으니 길을 잃더라도 걱정되지 않을 것이다.

이따금 길 주변에 처량하게 비를 맞고있는 꽃잎을 닫아버린 나리꽃을 볼 수 있고,

비 오는 오늘을 기다렸다는 듯이 비를 적시고 있는 광택 있는 연녹색바탕에 검은 점이

박혀있는 무당개구리들도 자주 눈에 띤다. 행여 밟지나 않을까 조심조심 걸었다.

 

초반에 헤맸던 산길과는 달리 정상에 설치된 군초소로 향하는 듯한 PP선(야전선)이 있어

그 방향으로만 가면 될 것 같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50분경 정상 군초소에 도착하여

기쁨에 겨워 야~호를 외치려 할 때 초소를 지키고 있는 사병이 와서 이곳에 오시면 안 된다고

한다. 작년에 한 번 제2등산로를 향하여 칼바위능선을 따라 정상에 올랐을 때도 군인들이

있었는데 그때와 많이 변했구나 생각하고 나는 사병에게 여기가 정상이냐고 물어봤다.

그 사병은 정상은 조금만 더 가야한다며 그쪽 방향을 가리켰다. 주변이 안개에 덮여 모든

것이 보이질 않으니 .... 우리는 정상 바로 옆 군초소에 왔던 것이다.

다시 발걸음을 정상으로 향했다.

 

고대산 정상이다.

정상에는 헬기장이 있고 군부대(열쇠부대)에서 새천년(2000년)에 설치한 표지석(고대봉 832M)

이 있다. 핸드폰을 꺼내보니 14:02분이다. 정상에는 우리와 같이 열차를 탄 등산객이 먼저

도착한 것으로 보아 우리는 엉뚱한 산길을 타고 힘들게 왔던 것이다. 정상에 도착하니 비가

그쳤다. 아니 그친 게 아니라 비구름이 정상 아래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배낭을 내려놓고 심호홉을 하면서 헐떡이던 심장을 진정시키고 정상에 서서 눈을 지긋이

감고 '모든 일이 잘 되리라'는 마음속 주문을 했다. '도사'의 꿈도 이루어 질 것과

'백두산악회' 회원모두의 희망도 이루어지기를 기도했다. '도사'의 표정에는 이런 악천후를

극복하고 정상에 올랐다는 것이 이번 시험에도 합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하며,

품고있는 모든 꿈 꼭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것 같다.

 

'도사'가 배낭에서 정성껏 깨끗이 씻어 온 토마토가 가득한 봉지를 꺼내면서 경상도 특유의

억양으로 묵어보라 한다. 오늘 산행에 4-5명 이상 회원이 참여 할 것이라 생각하고 준비했던

것이다. '도사' 혼자만 오길 잘 했지... 정말 여러 명이 같이 왔었다면 산행 리더인 나는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어도 쌌을 것이다....아마 철조망에 찔리고 넘어져 부상자가 생겼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

잘 익어서 토마토가 입안에 살살 녹아 맛이 그만이다. 둘이 먹기엔 너무 많아 정상에 머물던

사람들에게 나누어드리니 산에 와서 낮선 사람과 어울리는 또 다른 맛을 느꼈다.

 

땀이 식으니 비에 젖은 몸에 찬기가 엄습한다. 정상에 좀 더 머물고 싶지만 몸이 더

차가워지기 전에 하산하여야 한다. 하산 준비를 할 즈음 '반장'한테 휴대전화가 왔다.

어떻게 우리가 정상에 있는 줄 알고 연락을 했는지.....고마웠다.

 

하산등산로를 잘 몰라서 먼저 왔던 분들에게 여쭈어보아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제3등산로'라는 팻말이 눈에 띤다. 우리가 내려가는 길이 '제3등산로'며 이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면 계곡을 지나 매표소에 도달할 것이다. '제3등산로'는 통나무를 받친 계단길이 많이

있어 위험하지 않은 산행코스다. 10여분 가량 하산하니 식었던 몸에 다시 온기가 채워진다.

 

비는 많이 약해졌지만 길이 미끄러워 조심조심 걷다보니 15:25에 신탄리역사에 도착했다.

오늘 나머지 일정은 산행으로 고갈된 체력을 충전시키기 위해 뒤풀이로 대광리에 가서

보신탕에 술 한 잔 하는 것이 남았다. 대광리에 가는 교통편은 기차와 버스가 매 정시마다

있으나 그때까지 기다리기엔 몸이 너무 지쳤기 때문 그냥 이곳에서 쉬기로 하고 여기에

거주하는 듯한 사람에게 신탄리에서 보신탕 잘하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금강산가는길목'식당을 추천해주어 그곳으로 향했다.

 

대광리 보신탕이나 이곳 보신탕이나 별반 차이가 없으리라 생각되었고 '도사'나 '나'나

지금 상황은 등산화를 벗고 편히 쉬고 싶을 따름이다. '금강산가는길목'식당에 들어서

전골 2인분, 그리고 소주 1병과 백세주 1병을 혼합하여 줄 것을 주문한 다음 배낭과

등산화.양말을 벗어버리고 간단히 씻은 후 비에 젖은 윗옷을 벗어버리고 새로 긴팔 옷으로

갈아입으니 한결 몸이 가볍다.

 

부스터에 고기, 야체 그리고 육수가 가득한 전골그릇이 올려지고 고대산 여정의 마지막

불이 지펴진다.

축축한 이런 날엔 그저 국물있는 전골이 최고지~암!.

술잔에 술이 채워지고 비워지고...... 흘린 땀을 보충하기엔 육수가 너무 부족하다.

'아주머니, 여기 육수 좀 주세요~! ' 취기가 올라 목소리가 좀 커진 것 같다.

 

주인의 상술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인 얘기는 신탄리나 대광리는 국산 개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곳 신탄리에도 5곳의 보신탕 음식점이 있고 모두 고기 맛은 별반 차이가 없지만 자기 집의

육수는 조미료를 넣지 않은 직접 숙성시킨 장맛으로 간을 맞춘다고 차별성을 강조한다.

내가 허기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국물 맛이 정말 좋다. 고기도 돼지 삼겹살같이 잘

썰어졌다. 보신탕 전골 고기는 돼지 삼겹살 같이 삼겹으로 썰어 나와야 하고, 육수의 맛도

너무 달거나 자극적이어서는 안되고 깔끔하면서 시원한 맛이 나야 보신탕을 잘 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고기도 좋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처럼 허기진 우리는 아주 맛있게 먹었다. 열차시간에 맞추어 다시

젖은 양말과 신발을 신고 식당을 나와 17:00시 의정부행 열차를 탔다.

졸다, 자다, 그리고 군에 간 애인에게 면회를 다녀 온 아가씨들의 수다를 듣다 보니

주내역에 다다를 즈음 '헝그리'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사무실 일 때문에 일요일인

오늘도 출근하여 같이 못 가서 미안 해 한다. 18:17분 의정부역에 신탄리발 열차는 멈추고..

개찰구를 빠져나와 '도사'와 악수를 나누고...

 

'호근아, 오늘 정말 재미있었다. '

 

 

 

<신탄리역사에 걸려있는 시>

高 臺 山 - 高光洙 -

 

해발 832

 

통일을 고대하는 고대산 이런가

순결하다

가슴속 몰아쉬는 숨소리마저

한점 티가 될까

 

순백의 민족혼

피와 땀의 지혜가 이룬

밤의 정기

자랑스런 역사여

 

철도종단점 고대산은 말이 없고

먼발치 꺽인 허리 부끄러워

오늘도 고요가 흔들리고

돌아눕은 산하마다

아쉬운 이별

 

 

남방한계선에서 -이돈희-

한겨울 태양은 뒷걸음질하면서도

비무장지대 마른 풀섶에

불씨라도 던질 듯 이글거리다

야멸찬 강추위에 굴복하고

이름모를 산마루에서 머뭇거리다

외로운 망루에서 적진을 감시하는

매서운 초병의 눈초리에

갈대도 서걱이지 못하고

차가운 석양을 받아

저승의 오후 같다.

 

넘어져도 입맞춤 할

저 붉은 산이 조국의 반편이라니

지금 서 있는 곳은

당겨진 활시위

남방한계선이다.

돌아서야 한다.

 

파리하게 식어가는 철책은

어린 병사에게 맡기고

억세꽃 같은 눈물을 말리며

돌아선다.

 

 

- 2003. 6. 15 일 호근이랑 나랑 고대산을 다녀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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